t

미움받을 용기

w200p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올해 초 페이스북 추천 게시물로 책 광고가 올라왔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에서부터 강한 이끌림을 받았다. 평소에 혼자 집에 가면서 하던 잡념들을 정돈하여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남 교보문고로 가서 책 구경을 좀 하고서, 당장 다 읽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결제했다. 올해 들어 첫 번째로 구입한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전개가 된다. 흐름이 아주 매끄럽고 이해가 쉬워서 재미있게 읽었다. 동시에,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한 사람으로써, 작가들에 대한 경외심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논리 구조를 제시하기 위해서 한 심리학자의 사상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한 것일까.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원본이 되는 이론을 그대로 가져왔더라면 아마 읽는 도중에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딱딱한 원론보다 실생활에 응용하는 법을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대화로 풀어 나간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먼저 아들러의 사상을 책 속의 철학자에 투영시키고, 그에 대한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청년의 반박을 겹쳐놓는다. 결국에는 두 사람의 핑퐁을 통해 하나의 짜임새 있는 설명이 완성된다. 저 대화가 실제 상황이라면 청년은 정말 복 받은 녀석인 것이 분명하다. 평생 한 명 만나기도 힘든 인생 최고의 스승을 벌써 만나다니. 나에게도 같은 선생님이 옆에 계신다면, 청년의 질문들에서 계속 가지를 쳐가며 밤새 질문하고 싶다.

w660p

이미지 출처: 책속의한줄(https://story.kakao.com/ch/bookhanzul/DV7O0BhaAw9)

아들러가 말하기를, 과거의 상처는 하고 싶은 일을 주저하는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고 했다. 흔히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이러한 심리는 사실, 미래를 바꿀 용기가 없어서 나타나는 상태라고 한다. 즉,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없기 때문에 안 좋은 경험들을 끄집어 내어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태를 경험했을 것이다. 나의 의지 밖에 있는 요인들을 강조할수록 나는 편해질 수 있다. 하기 싫어서 안한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잠시나마 위안을 느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요인들을 자꾸 되새기는 것 또한 나의 의지인 것이다. 다른데서도 많이 들어본 이야기지만, 같은 일이라도 안될 이유만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고, 되는 이유만 생각하면 반대로 당연히 가능한 일인 것이다.

단번에 수긍하기는 조금 버거운 이 주장에 대해서, 나 대신 책 속의 청년이 나보다 더 조리 있게 반박을 해주었다. 작가가 한국 사회와 가장 비슷하다고 일본에서 살고 있어서 인지 청년이 하는 말들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많은 의문점들이 해소 되긴 했지만, 청년이 가고 난 다음에 내가 직접 철학자 방으로 뒤이어 들어가서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사람은 긍정적인 에너지 못지 않게 부정적인 힘 또한 만만치 않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꾸만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오를 때는 현실적으로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네거티브에 모멘텀이 걸려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때에도, 정말 인간의 자유의지만 가지고 사고 체계를 완전히 역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또 그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 계속 꼬리를 물고 궁금해진다. 역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 좋은 책인 것 같다.

w660p

이미지 출처: 아들러 대학교(http://www.adler.edu/page/about/history/about-alfred-adler)

책을 읽은 뒤에는 자연스레 아들러라는 심리학자에 대해 궁금해졌다. 몇몇 웹페이지를 통해 얄팍하게 확인해본 바, 알려지지 않은 제 3의 거장이라고 한다. 심지어 캐나다에는 그 분의 업적을 이어가는 아들러 대학교도 있었다. 제 3의 거장이 책 홍보문구인지 실제 심리학자들의 평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러는 한동안 내 머릿속을 울리고 다닐 묵직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본문에 따르면, 아들러는 사상가로서 본인의 이름이 잊혀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본인이 쌓아 올린 생각들이 하나의 이론에서 벗어나, originality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common sense가 되는 것을 꿈꾼 다는 의미이다. 와우… 멋지다!!


comments powered by Disqus